또 한명의 교육부장관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만5세 초등입학’을 덜컥 발표해 전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뒤 지난 8일 임명 34일만에 사퇴했다.
박 부총리뿐이 아니다. 교육부장관은 평균 재임기간이 1년을 겨우 넘길 정도로 대다수 ‘단명’했다.
역대 최단기간 재임한 교육부장관은 2005년 6일만에 사퇴한 이기준 장관이다.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를 과다 지출해 도덕성 시비가 걸린데 이어 장남의 이중국적과 병역도 문제가 됐다.
2000년 김대중 정부의 송자 장관은 취임 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편법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으로 24일만에 사퇴했다.
2006년에는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장관이 논문 표절 의혹으로 13일만에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1년 이상 재임한 장관들도 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내려온 인물은 많지 않고, 대체로 논란 끝에 불명예스럽게 사임했다.
교육부장관이 유독 단명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교육부는 국민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번에 박순애도 학부모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만5세 초등입학’이나 ‘외고폐지’ 정책을 갑작스레 꺼내들었다가 극심한 반발에 사퇴했다.
황우여 장관은 국정 교과서, 김상곤 장관은 정시 확대 문제로 국민적 반대를 겪다 경질됐다.
거물급 정치인도 ‘아바타 역할’을 거부하면 경질됐다. 박근혜 정부의 황우여 장관은 5선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까지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이었지만, 당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여권과 갈등을 빚었다.
대통령과 여당이 미는 국정화를 추진하는데 황 장관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직접 경질을 언급할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의 김상곤 장관은 정시를 확대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수용했으나, 이에 반발한 교육단체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결국 사퇴했다.
다른 부처 장관보다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도 높다. 학생과 교사들의 모범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박순애 부총리는 음주운전, 논문 중복 게재, 자녀 입시 컨설팅 등으로 후보자 시절부터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됐다. 후보자로 지목됐던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술집에서 논문을 심사했다는 ‘방석집 논란’에 사퇴하기도 했다.
이렇게 잦은 교육부 장관 교체는 ‘백년지대계’로 교육정책을 세우는데 장애물이 된다. 박남기 교수는 논문을 통해 “잦은 교체에 따른 교육부장관 임기의 불안정성은 장관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향후 중장기 교육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교육부장관 권한이 축소되리란 시각도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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